거창하게 합격 후기라고 써놨지만 사실 필기는 공부를 한 적이 없고 실기도 약 2~3주간 수제비 문제집을 붙잡고 있었던 것이 전부기 때문에 딱히 쓸 말이 없다. 필기 시험때는 단기현장실습 기간과 거의 겹쳤기 때문에 정말로 기본 지식으로 보러 간 상태고 실기는 졸업작품 관련해서 일이 많아서 공부를 좀 늦게 시작한 상황이었다.
필기를 잘 봤냐면 그것도 아닌데 데이터베이스 과목은 아슬아슬하게 과락을 면했고 나머지 과목들도 그렇게 상위권 점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실기에서 조금만 문제가 어렵게 나와도 탈락할 것은 불보듯 뻔했다. 2020년부터 정보처리기사가 개편됐으니까 문제를 한번 체감해보자 하는 선에서 본 것이었는데 덜컥 붙어버려서 놀랐지만 그래도 컴퓨터공학부에서 지낸 4년이 쓸모없지는 않았다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데이터베이스 관련 수업을 한번도 안 들어서(교수 평가가 별로였다) 제일 중요한 부분이 부족했기 때문에 실기 시험때는 열심히 해야지 하고 수제비 문제집을 사서 준비했다.
그나마 가장 최근에 나온 문제집이라 구매했지만 오타 교정표가 5쪽에 이르고 내용도 초반부에 소프트웨어 공학 내용이 너무 많아서 공부할때 너무 힘들었다. 사실 힘들었다기보다 너무 재미가 없어서 의욕이 나지 않았다. 그냥 때려치우고 정보보안기사를 좀 더 공부할까 하는 생각도 몇번씩 했었지만 그래도 IT계열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정보처리기사라는 말을 들었던 이상, 그리고 보안 실무자들도 몇번씩 떨어지고 있는 난이도의 정보보안기사를 정보처리기사보다 쉽게 딸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의 반나절씩은 정보처리기사 실기 공부에 매진했다. 그리고 정보보안산업기사 때처럼 시험 하루이틀전에는 노트에 따로 개념을 정리하면서 외워나갔다.
놀라웠던 것은 시험을 보러가니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도 다른 사람 얼굴이 나와서 자른 것이지 저 뒤로도 몇번 더 꺾일 때까지 줄이 서있었다. 정보보안산업기사를 볼 때는 교실 한두개밖에 차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없었는데 3층을 다 채울만큼 많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보러오는 정보처리기사의 명성을 느낄 수 있던 광경이었다.
시험 문제 자체는 생각했던 것에 비하면 까다롭지 않았다. 수제비 문제집 초반에서 수많은 양과 재미없음으로 공부하는데 애를 먹었던 소프트웨어 요구사항이나 설계서 작성 등 소프트웨어 공학 관련 문제는 거의 나오지 않았는데 SQL문 코딩 문제, 특정 코드의 실행 결과 예측 등 실제 코딩 문제가 꽤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번 실기를 공부할때 SQL문을 조금이라도 공부해서 다행이지 필기를 볼 때의 나였다면 풀지 못했을 것이다. 코딩 문제도 함정을 은근 파놓았기 때문에 마지막에 검토할 때 틀린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개념 설명 문제들로 기술적 은어를 뜻하는 속어는 무엇인가, 스키마란 무엇인가, 이 특징에 해당하는 라우팅 프로토콜은 무엇인가 등 확실하게는 몰랐던 문제가 좀 많았기 때문에 그냥 부분점수를 바라는 마음에서 생각나는대로 썼다. 4년동안 컴퓨터공학부를 다니면서 그래도 어찌저찌 주워들은 내용은 있었기 때문에 뭐라도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저 "기술적 은어를 뜻하는 속어" 문제는 이해가 가지 않는데, 답안이 "프로토콜"이라고 한다. 통신 규약도 아니고 대체 왜 프로토콜을 저렇게 표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에서도 저걸 맞춘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을 정도로 까다로운 문제였다.
그래도 어찌저찌 부분점수를 받아서 합격 커트라인을 넘길 수 있게 되었으니 시간적으로 매우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실기는 4회차까지 볼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이번 3회차에 붙어서 이렇게 블로그 포스팅도 하고 리버스 엔지니어링도 조금씩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 4학년도 다 끝나가고 졸업이 다가오니 지나치게 여유를 가지진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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